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미국프로풋볼 결승전인 슈퍼볼이 열리는 뉴올리언스로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가자지구를 거대한 부동산 부지로 생각해보라. 미국은 그것을 소유하고 천천히, 매우 천천히 서두르지 않을 것”이며 “여러 구역으로 나눠 다른 중동 국가들에도 재개발을 맡길 수 있다”라고 했다.
지난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가자를 소유해 재건하겠다는 구상을 확인한 것이다. 이번 트럼프의 ‘가자 구상’은 장기적으로 팔레스타인국가 수립을 지지해온 미국의 ‘두 국가 해법’ 정책을 사실상 폐기한 것이다.
지난 5일 사우디는 외교부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대한 사우디 입장은 확고하고 견고하며 변함없고, 협상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팔 독립 국가 수립 없이는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했다.
1기 때인 2020년 트럼프는 ‘아브라함 협정’아래 UAE, 바레인, 모로코 등과 이스라엘의 수교를 끌어냈고, 그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수교는 최대 성과였다. 미국은 이란을 고립시켰다.
그동안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수교 조건으로 민수용 원전 개발 허용과 함께 팔레스타인국가 수립을 요구해왔다.
트럼프는 “우리는 가자를 소유하고 장악하고 하마스가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의 ‘가자 구상’은 현재 이곳에 남아 있는 200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집트, 요르단 등 주변국으로 영구히 강제 이주시키고 이곳을 미국의 소유로 만들어 “중동의 리비에라(지중해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게 골자다. 트럼프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로 돌아가려고 유일한 까닭은 대안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우리가 더 안전한 곳에 집을 마련해준다면 그들은 가자로 돌아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이집트, 요르단 등 아랍국가들에게 강제로 내쫓기는 가자 주민을 수용할 부지 제공을 압박하는 한편, 이주와 가자지구 재건 과정에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중동의 다른 매우 부유한 국가들”이 자금을 대기를 바란고 있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는 전극 환영했다. CNN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9일 “1년 내내 그날(휴전) 이후 가자에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 즉 PA(팔레스타인 당국)가 필요했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국가에 훨씬 더 좋은 완전히 새로운 비전, 혁명적이고 창조적인 비전을 들고 왔다. 우리는 그것을 실행해 나갈 결심을 단단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자를 통치해온 하마스는 일축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하마스 정치국 소속 이자트 엘라시크는 “가자는 사고팔 수 있는 재산이 아니고 점령당한 우리 팔레스타인 땅의 필수불가결한 일부다”라면서 “부동산 거래업자의 정신 상태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루는 건 실패로 가는 길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집트, 요르단 등 이웃 나라들은 강제 이주시킬 팔레스타인인들의 수용을 거부했다.
이집트와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외교부도 일제히 비난 성명을 냈다. 이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22개 아랍국으로 이뤄진 아랍연맹(AL)은 27일 정상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사우디는 ‘팔레스타인국가’를 사우디 영토에 건설하라는 네타냐후의 제안을 비난했다. 사우디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그 제안을 “이스라엘 점령 세력이 인종청소를 포함해 팔레스타인 형제들을 상대로 자행하는 지속적인 범죄들로부터 주의를 돌리려는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인민은 자신의 땅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으며, 잔혹한 이스라엘 점령 세력이 원할 때마다 쫓아낼 수 있는 침략자나 이민자가 아니라는 점을 사우디 왕국은 확인한다”라고 밝혔다.
시민언론 들꽃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