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으로 기소된 지 4년 10개월 만인 2025년 7월 17일,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 회장이 기소된 지 4년 10개월 만이다.
이 사건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등의 혐의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다.
이 회장은 그룹 부회장을 맡고 있던 2015년 당시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해 진행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추진 과정에서 각종 불법행위를 지시했다는 혐의로 지난 2020년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이 회장에게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삼성바이오로직스 거짓공시·분식회계 관련 외부감사법 위반 등 19개 혐의를 적용했다.
합병 당시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하고 있었다. 제일모직의 최대 주주였던 이 회장이 삼성물산과의 합병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강화해 경영권을 행사하는 지금의 지배구조를 구성했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은 0.35대 1로 삼성물산에 불리한 조건이었다. 이 때문에 상장사인 삼성물산의 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이 손해를 입었다.
검찰은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시점과 합병비율 등을 맞췄다고 의심하고 이 회장을 기소했다. 또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1심 2심 재판부는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합병비율이 불공정했거나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고, 부당합병 관련 혐의에 대해 "미전실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검토할 때 대주주인 이 회장의 지분 확대를 지향한 것은 맞지만, 그 자체로 부정하다거나 부정한 수단을 동원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즉 일반 주주의 피해는 있지만 부정한 수단을 동원한 것은 아니라는 판결이다.
또한 재판부는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 검찰이 2019년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압수한 18테라바이트(TB) 용량의 백업 서버와 에피스 네트워크 결합 스토리지 서버, 항소심에서 새로 제출한 외장하드 증거 등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도 검찰이 제시한 증거 중 일부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시장질서를 무시한 채 횡포를 부리는 경제권력에게 사법부가 끝까지 면죄부를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삼성은 분식회계 등 온갖 불법적 수단을 총동원했고, 대통령 등에 대한 뇌물 공여와 국정농단까지 동반됐다. 총수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가 시스템 전반을 농락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사건 재판의 결과는 법원이 소극적이고 협소한 법해석으로 또 한 번 친재벌적 판결을 내린 것이며, 다른 재벌 대기업들에 삼성을 롤모델로 삼아 총수일가의 이익을 위해 시장질서를 훼손하고 국가와 경제적 약자들에게 피해를 입혀도 된다는 선례를 남겨준 것과 다름없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민언론 들꽃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