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는 영부인 김건희 씨에게 명품 가방을 전달한 최재영 목사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열린 김건희 씨에 대한 수심위에서 ‘불기소 권고’ 의견을 낸 것과 정반대 결론이다.
관련해 다수의 언론이 ‘최재형 목사에 대한 기소 의견’만 부각하고 있으나 이는 한가지 사건에 대하여 범죄 혐의가 있다와 없다는 모순된 결론을 수심위가 낸 셈이어서, 김건희 씨에 대한 불기소 의견이 뒤집힐 여지가 생긴 것이다.
최 목사 쪽과 검사 쪽은 결국 이날 각각 2시간 넘는 발표와 질의응답을 하며 치열하게 공방했고, 수심위는 15명의 위원 중 기소 의견이 8명, 불기소 의견이 7명으로 1표 차이로 기소 결론을 냈다. 수심위는 결국 아슬아슬하게 최 목사 쪽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최 목사는 의견을 통해 “윤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6∼9월 청탁 목적으로 김건희 씨에게 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넸으며, 2022년 6월 20일 김건희 씨에게 샤넬 향수(28만 원)와 화장품 세트(151만 8000원) 등 총 179만 8000원의 금품을 제공했으며, 같은 날 오후 김건희 씨에게 카카오톡(카톡) 메시지를 보내 지인인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을 '국정자문위원'으로 임명해달라고 청탁했다”며 자신의 청탁 사실을 밝혀왔다.
최 목사는 샤넬 향수와 화장품 세트를 건넨 뒤에도 지속적으로 김건희 씨를 만날 목적으로 40만 원 상당의 듀어스 27년산 고급 위스키를 비롯해 책, 램프, 전통주 등을 제공했고, 2022년 7월 29일 최 목사의 후배 작가가 만든 미술 작품을 대통령 공관에 비치해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하기도 했다.
최 목사의 법률대리인인 류재율 변호사는 이날 수심위 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지금까지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던 증거들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해 11월 <서울의소리>가 손목시계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공개한 뒤, 차례대로 밝혀지게 됐고, 검찰은 지난해 12월 김건희 씨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해 총선이 끝난 올해 5월에야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김건희 씨에 대해 단 한 번 비공개 수사하고 '무혐의'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특히 이 과정에서 ‘특혜 수사’ 시비가 불거졌다. 김건희 씨는 지난 7월 담당 검찰의 휴대전화와 신분증 등을 모두 압수한 상태로 무장 병력이 있는 대통령경호처 부속시설에서 비공개로 ‘황제 출장 수사’를 받았고, 수사의 공정성·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에게 대통령 부인 수사에 대해 보고도 하지 않았다.
검찰은 국민의 반발을 의식해 총장 직권으로 지난 6일 수심위를 열었지만, 무혐의를 주장하는 김건희 씨 쪽과 검찰 쪽 의견만 듣고 불기소 결론을 내리면서 김건희 씨에게 '면죄부'만 주는 꼴이 됐다.
그러나 이번에 최 목사에 대한 기소 의견이 내려지면서, 그간 사건을 종결하려 했던 검찰의 계획에는 제동이 걸린 것이다.
수심위 의결은 수사팀에 권고적 효력만 갖지만, 사건이 갖는 정치적 파장을 고려할 때 수사팀이 이를 무시하긴 어렵다. 만약 '뇌물을 준 사람은 기소, 받은 사람은 불기소'라는 상황을 만든다면 거센 국민 비난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수심위를 통해 김건희 씨의 명품가방 수수 행위와 윤 대통령의 직무 연관성이 인정됐다면, 윤 대통령도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퇴임 후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대통령의 직무 연관성이 인정된다면 배우자인 김건희 씨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및 알선수재 혐의로 처벌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미 특혜 수사 비난 속에서도 무혐의 결론을 내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건희 씨에 대해 추가 수사를 할 동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야당의 특검 요구는 정당성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다만 윤 대통령은 지난 1월에도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가족 수사를 방해한 만큼 또다시 이번에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김건희 씨의 공천개입 의혹이 쟁점화된 상태에서 특검까지 거부한다면 심리적 탄핵으로 일컬어지는 10%대 지지율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윤 대통령의 부담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시민언론 들꽃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