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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대리기사도 노조법상 노동자” 대법원 첫 판결

‘노조법 2조 개정안’ ‘노란봉투법’의 정당성 인정한 셈

 

대리운전기사도 ‘노동 3권’ 행사가 가능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노동자라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부산지역 대리운전업체 에프엔모빌리티가 대리기사 A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달 27일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는 소송이 시작된 지 5년 8개월여 만이다.

 

대법원은 대리운전업체가 대리기사들의 업무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대리기사들은 소득을 전적으로 회사에 의존했다고 판단했다. 대리기사·배달라이더 등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권을 인정하는 법원 판단이다.

 

이번 판결은 사용자와 노동자의 정의를 확대해 간접고용 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를 보호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노조법 2조 개정안’ 취지를 사법부가 확인한 것이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21대 국회에 이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재표결 끝에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그러나 대법원이 노란봉투법 즉 ‘노조법 2조 개정안’ 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소송은 대리운전업체 2곳(에프엔모빌리티·손오공)이 2014년 5월께부터 대리기사를 모집해 ‘동업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면서 시작됐다. 업체들은 대리운전 접수에 필요한 스마트폰 앱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고객의 ‘콜’을 공유해 기사를 배정했다. 그러자 대리운전업체 ‘손오공’과 계약을 체결한 B씨는 2018년 12월 부산대리운전산업노조를 설립한 뒤 업체들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업체들은 “대리기사는 사업자일 뿐 사용종속관계에 있지 않다”며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했고, B씨 등 조합원 3명을 상대로 2019년 2월 소송을 냈다.

 

그리고 1·2심은 노동자가 승리했다. 대리기사들은 사실상 업체를 통해서만 대리운전을 할 수 있어 ‘종속적’ 지위에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리기사들은 업체로부터 요청받는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하고 업체에서 받는 대리운전비가 주된 소득원이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기사들은 업체가 개설한 가상계좌에 미리 돈을 넣어 두면 회사가 보험료와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갔다. 대리운전비 카드 결제시 업체가 노무제공 대가로서 금액을 지급한 부분을 근거로 삼았다.

 

실제 기사들은 ‘우선배정’을 받기 위해 평일 오후 8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 30분까지 일해야 했다. ‘근무 형태’ 역시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했다.

 

재판부는 “동업계약서에는 기사들의 의무를 정하면서 업체에만 수수료 변경 권한을 부여했다”며 “업체들만이 대리운전비를 결정하고 기사들의 권한은 전혀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노동자성 판단 지표인 동업 계약의 지속성·전속성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고용 이외의 계약 유형에 의한 노무제공자까지도 (근로자에)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한 노조법 규정과 대등한 교섭력 확보를 통해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노조법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원고들과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를 이루고 있는 피고들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기사들이 집단으로 단결해 업체와 대등한 위치에서 교섭할 권리를 보장하는 게 헌법(33조) 취지에도 맞다고 봤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복장 등 준수사항과 교육의무를 기사가 위반하면 계약 해지가 가능한 것도 지휘·감독의 근거가 됐다.

 

과거 대리운전노조 김주환 위원장은 “사용자들은 교섭에 나와서도 ‘왜 내가 교섭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태도로 일관했고, (노동자들은) 또다시 생계를 포기하고 투쟁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노조원의 가정이 무너지고, 길거리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다”라며 “인간답게 살기 위해 노조를 만들고 단체교섭을 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윤석열의 노동법에 대한 거부권으로 인해, 최소한의 노동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250만 명의 특수고용노동자 대부분이 사회안전망 없이 위험 속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시민언론 들꽃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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