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전노동자가 20여 년간 활선작업을 하며 특고압 전자파에 노출돼 걸린 ‘갑상선암’은 업무상 재해라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9일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배전전기원 A(53)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은 1995년부터 배전원으로 일한 A씨는 1998년부터는 직접 충전부에서 작업하는 ‘직접활선공법’이 일반화되며 혼자 활선 작업차에 올랐다. 하루 전신주 평균 20~30개를 맡아 기자재와 전선을 교체하고 변압기 상시 점검업무를 했다. 그러던 중 A씨는 2015년 11월 ‘갑상선 유두암’을 진단받았다.
이에 A씨측은 2만2천볼트에 달하는 특고압 전기가 흐르는 전신주에서 작업하며 전자파(초저주파 자기장)에 반복적으로 노출돼 암이 발병했다며 암 진단 약 5년 만에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공단은 “극저주파 자기장 노출과 암 발생 사이의 인과성을 뒷받침할 연구가 부족하고, 갑상선암과 관련 있는 유해인자의 직업적 노출은 없다”라며 불승인했다.
A씨는 2021년 1월 소송을 냈고 1심은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는 없다”라며 “근로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사실관계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사정에 관해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에게 증명책임을 엄격하게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판결했다.
공단은 항소했고 2심은 극저주파 자기장과 갑상선암 발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추상적인 가능성’만으로는 산재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었다. 건설노동자들은 공단의 신속한 산재 처리를 촉구했다.
건설노조는 이날 선고 직후 성명을 통해 “사법부가 올바른 역할을 한 데 반해 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를 후퇴시키고자 했다”라며 “공단은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해를 보상해야 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언론 들꽃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