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윤 대통령이 정치인을 잡아들이라고 했다”라고 증언했다.
내란수괴 혐의의 윤석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5차 변론 기일이 4일에 열렸다. 이날 헌재에는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홍 전 차장은 심판정에 입장하면서 윤석열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지만, 윤은 홍 전 차장을 쳐다보지 않은 채 정면만 응시했다.
이진우·여인형, 형사재판 이유로 대부분 답변 거부했다. 그러나 홍 전 차장은 윤석열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 3일 22시 53분 홍 전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봤지 비상계엄 발표하는 거.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를 지원해’라고 일관되게 증언했다.
이후 23시 06분경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이 도우라고 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부에게 전화했고, 여 전 사령관은 ‘국회는 경찰과 협조해 봉쇄하고 있습니다. 선배님 이걸 도와주세요. 저희 체포조가 나가 있는데 소재 파악이 안 돼요. 명단 불러드릴게요’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여 전 사령관이 불러준 명단을 수기로 적은 메모는 헌재에 증거로도 제시됐다.
홍 전 차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비상계엄 상황이었고, 대통령의 지시는 상당히 초법적인 상황에서 이뤄져야 하는가라는 부분을 잠시 고민한 것은 사실”이라며 “명단을 받으니 제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고, 지금도 이런 분들을 왜 체포해서 구금해 감금 조사하려 했는지 아직도 이해 못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 측은 홍 전 차장의 증언 내용을 전면 부정했다. 윤석열이 전화한 건 사실이지만, “국정원이 대공수사를 해야 하는데, 대공수사권이 없어졌으니 방첩사를 도와라, 방첩사령관이 육사 후배니, 방첩사를 도와 정보가 있으면 정보를 주고 ‘간첩’을 싹 다 잡아들여라”라고 했다는 게 윤석열 측 주장이다.
윤석열은 “국정원은 수사권이 없고, 검거는커녕 위치추적도 할 수 없다”며 “탄핵부터 내란몰이 등 모든 프로세스(과정)가 12월 6일 국회에서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한테 저 메모가 넘어가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윤석열은 홍 전 차장과 통화한 내용에 대해 “계엄 사무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해외 순방 때 국정원의 해외 담당 파트가 여러 가지 경호 정보를 많이 도왔기 때문에 격려 차원에서 전화를 기왕 한 김에 해야겠다고 해서, 계엄 사무가 아닌 간첩 검거와 관련해서 방첩사를 도와주라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와중에 계엄과 관련 없는 격려 전화를 했다는 얘기다.
윤석열 측 변호인은 홍 전 차장에게 ‘대통령이 간첩 체포 지원을 지시한 것’이라는 취지로 물었지만, 홍 전 차장은 “제가 기억하는 부분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라고 반박했다.
홍 전 차장은 ‘대통령이나 여인형 전 사령관과 통화하면서 당시 간첩 얘기가 나온 적이 있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는 “간첩 얘기는 나온 적이 없다”라고 부정했다.
윤석열 측은 인신공격성 질문으로 홍 전 차장 증언의 신빙성을 공격하는 데 집중했다. 윤석열 측은 “마치 대단한 신념이 있어서 체포하지 않은 것처럼 진술했는데, 신념 때문이 아니라 조태용 국정원장이 별 반응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거나, 야당과의 연관성을 캐묻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차분하게 증언을 이어가던 홍 전 차장은 “여기가 재판정이긴 하지만, 제가 피의자로서 검사에게 조사를 받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맞받아쳤다. 체포 명단이 적힌 메모를 의심하는 질문에도 “여 전 사령관이 불러준 명단을 적은 것”이라며 “변호인께서는 제가 10여 명의 명단을 제가 지어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반박했다.
홍 전 차장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증인신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주요 인사 체포를 지원하라는 게 아닌 간첩 수사를 지원하란 취지였다’는 윤석열의 발언에 대해 “저는 처음으로 대통령님의 전화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거의 토씨까지 기억한다”라고 주장했다.
시민언론 들꽃 편집부